(평양 11월 7일발 조선중앙통신)만물상구역에 있는 중관음봉 중턱 절벽우에는 곰바위라고 부르는 바위가 있다. 여기에도 그럴듯한 전설이 깃들어있다.
옛날 비로봉마루에 백년묵은 곰 한마리가 살고있었다.
발바닥만 핥으며 긴긴 겨울밤을 자고난 곰은 깨여나자 허기증을 느끼였다. 굴에서 나와보니 온 금강산이 파릿파릿 봄빛을 띠기 시작하였다.
황홀한 금강산의 경치에 취해 한참동안 서있던 곰은 배고파 더는 견딜수 없었다. 그리하여 수정봉 양지를 향해 걸어갔다.
중관음봉말기를 넘어서는데 갑자기 요란한 개울물소리가 들려왔다.
내려다보니 문주담 맑은 물속에 《도토리》가 수북이 깔려있는것이 아닌가. 곰은 소의 맑은 물에 비낀 구슬같은 자갈돌을 지난해 가을에 떨어진 도토리로 잘못 보았던것이다.
그만하면 실컷 먹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힘을 다하여 뛰여내렸다.
하지만 오래동안 굶주린 탓인지 그만 문주담까지 이르지 못하고 중턱 절벽우에 떨어지고말았다.
워낙 무거운 체통인지라 내려뛴 힘에 뒤발이 바위속으로 움푹 빠져들어가 꼼짝달싹할수 없게 되였다. 아무리 용을 써도 뒤발이 빠져나오지 않았다.
미련한 곰은 둔중한 궁둥이를 바위에 붙인채 주둥이를 헤벌름거리며 목을 길게 빼여들고 문주담을 게걸스럽게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어이하랴.
군침만 돌뿐 입에는 아무것도 들어오는것이 없었다.
움직일수 없는 몸이 되여버렸는데도 곰은 조금도 헛눈을 팔지 않고 물속에서 얼른거리는 《도토리》만 내려다보았다.
세월은 흘러 끝내 한알의 도토리도 먹어보지 못한채 곰은 돌로 굳어지고말았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