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바위
(평양 12월 3일발 조선중앙통신)칠보산부근의 한 마을에 바다물고기들과 가까이 지내며 사는 보름이라는 총각이 있었다.
그는 물고기들중에서도 인어처녀를 류달리 좋아하였다. 처녀도 보름이를 무척 따랐고 그 과정에 말도 배웠다.
그러던 어느날 인어처녀의 어머니가 무슨 뼈를 먹이로 잘못보고 삼키려다가 목에 걸렸다. 인어처녀는 룡궁어의(룡궁에서 임금의 병을 치료하는 의사)까지 데려다보였으나 고치지 못했다.
보름이를 찾아가 사연을 이야기하자 생각에 잠겼던 그는 돌덩이떨어지듯 바다밑으로 떨어져 다물지 못하고있던 인어처녀어머니의 입에 벼락같이 손을 넣어 뼈다귀를 잡아챘다.
처녀는 너무 고마와 그후 보름이에게 바다밑 진주보석을 물어다 주었다. 그것을 얻자면 바다 깊은 곳에 들어가야 하고 상어가 두려웠지만 보름이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여서 담이 커지고 용기가 났다.
한해가 지난 어느날 보름이가 부는 피리소리를 재미나게 듣고있는 인어처녀에게 상어한마리가 달려들었다.
보름이가 벼락치듯 물에 뛰여들어 상어와 맞섰다.
상어의 사나운 아가리에 몸 어딘가 뜯기웠는지 몸에서는 피가 흘렀으나 보름이는 그에는 아랑곳없이 몸을 우로 솟구쳤다가 손에 쥐고있던 피리로 상어의 눈을 내리찔렀다.
눈에서 먹물이 뿜어나오자 상어는 비틀거리며 줄행랑을 놓았다.
그후 보름이는 오래동안 치료를 받았다. 한편 보름이의 소식을 알길 없어 속태우던 인어처녀는 룡왕을 찾아가 사정을 말하였다.
룡왕은 그에게 하루동안만 사람으로 만들어주겠다고 하면서 만약 하루해가 다 지기전에 돌아오지 못하면 네몸은 물고기가 되여 돌로 변한다,오로지 보름이를 만날 생각만 해야지 다른 일에 발목이 잡히거나 딴데 정신을 팔다가는 신세를 망친다고 일렀다.
하여 사람으로 변한 인어처녀는 마을사람들에게 물어보면서 보름이가 글을 읽고있다는 내칠보 만사봉마루로 길을 떠났다.
만사봉으로 오르면서 그의 눈은 점점 커졌다.
해빛을 받아 번쩍이는 봉우리며 깎아지른듯한 절벽에서 뽀얀 안개를 날리며 쏟아지는 폭포들,시내바닥의 조약돌마다 바다밑 진주들을 옮겨깔아놓은듯 하고 흐르는 물에 푸른 하늘이 비껴 구름이 심산계곡의 시내물밑에서 유유히 떠도는듯 하였다.
장엄기이한 경치에 눈과 귀를 빼앗긴 처녀는 이미 자신이 어디로 무엇하러 가는지 잊어버리고 꿈속을 가듯 허정허정 걷고걸었다.
황홀한 경치에 정신이 팔려 시간가는줄 모르고있던 처녀는 난데없이 울리는 피리소리에 정신을 가다듬고 자신을 다잡았으나 때는 늦었다. 다리는 이미 물고기로 변하였고 그나마 굳어지고있었다.
몸을 움직일수 없게 된 처녀는 있는 힘을 다해 보름이를 소리쳐 불렀다.
귀에 익은 웨침소리를 들은 보름이는 처녀에게로 달려와 마지막숨을 몰아쉬는 그를 끌어안았다. 보름이의 억센 팔이 감긴 처녀의 웃몸은 물고기로 되지 않고 사람모습 그대로 남아 굳어졌다.
아름다운 칠보산경치에 넋을 빼앗겨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인어처녀는 이렇게 보름이의 사랑을 고스란히 안고 칠보산 명소로,전설의 주인공으로 후세사람들의 추억속에 살고있다.
인어바위는 칠보산 내칠보 만사봉중턱 길가에 있다. (끝)